▶ 뉴욕 타임스퀘어 등서 관광객에 인기 하루 6~8회 공연해봤자 100달러 수입
▶ 자리 싸움·경찰 단속·잦은 부상에 “5년 후면 길바닥 춤꾼들 사라질 것”
지난여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으로 바캉스 여행을 온 칼-안톤 세일러와 안드레아 뤼멜라인 커플은 관광비용으로 만만치 않은 지출을 해야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거리공연을 펼치는 브레이크-댄싱 팀에게 한두 푼도 아니고 43달러나 ‘헌납’하리하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날 두 부부는 시티홀 팍 밖 노상에서 펼쳐지는 브레이크-댄싱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이는 구경꾼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거리의 젊은 춤꾼들은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에 맞춰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히자 그룹의 리더는 그들을 에워싼 구경꾼들을 향해 “여러분이 따듯한 성의를 보여주시면 멋진 공연으로 답례하겠다”며 도네이션을 요청했다. 독일 커플은 기꺼이 3달러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세일러는 팀 리더에 의해 공연의 그랜드 피날레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구경꾼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공연의 마지막 순서는 여섯 명의 관광객을 서로 어깨와 어깨가 맞닿도록 나란히 세워놓고 허리를 굽히게 한 뒤 댄서 중 한 명이 공중제비로 그 위를 뛰어넘는 묘기였다.
세일러의 자리는 여섯 명 가운데 중간지점이었다. 브레이킹 댄스 팀 리더인 크리스트 뉴만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세일러에게 다가와 열의 맨 앞쪽으로 자리를 옮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솔직히 이건 대단히 위험한 묘기예요. 내가 실수하면 선생님의 만수무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요. 20달러만 내시면 안전한 앞쪽으로 위치를 옮겨드리지요. 아예 열외를 원하시면 100달러를 내시면 되구요.”그의 코믹한 협박에 군중은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세일러는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뉴만이 들고 있는 헌금 주머니 안에 떨어뜨렸다.
뉴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다음 표적은 세일러의 동행자인 뤼멜라인이었다. “아주머니, 단돈 20달러로 남편의 생명을 구하고 싶으시지 않나요? 설마 남편 목숨 값으로 20달러를 못 내시겠다는 건 아니겠죠?”뤼멜라인은 “난 저 양반 마누라가 아니예요”라고 항의하면서도 못이기는 척 뉴만에게 20달러를 건넸다.
공연이 무사히 마무리된 후 독일 커플은 잠시 홀린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세일러는 “줄의 한 가운데 서있을 때는 차마 ‘No’라는 대답을 못하겠더라”며 멋쩍게 웃었고, 뤼멜라인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티 홀 옆에서 거리공연을 펼치는 브레이킹 댄스 팀 ‘패밀리 엔터네이너스’는 폭발적인 춤사위와 눈을 핑핑 돌게 만드는 곡예가 일품이지만 구경꾼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재간 또한 대단하다.
이들이 애용하는 전략이 있다. 뉴만은 ‘주스 가방’으로 통하는 모금 주머니를 돌리다가 어느 정도 돈이 찼다 싶으면 갑자기 고함을 친다. “잠깐만요. 지금 일본으로부터 10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구경꾼들 사이에 국적별 도네이션 경쟁이 시작된다.
뉴욕시에는 약 20개의 브레이크 댄싱 팀이 여기저기 흩어져 공연을 한다. 거리공연의 명당자리로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이는 워싱턴 스퀘어팍과 타임스퀘어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들의 공연 루틴은 판박이처럼 똑같기 때문에 공연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한 팀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툭툭 던지는 농담에서부터 관광객 6명의 등을 뛰어넘는 그랜드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마무리 묘기에 참여한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던지는 장난스런 협박도 같은 내용이다.
뉴만(37)은 뉴욕시의 다른 동업자들보다 거리공연 연수가 2배 이상 길다고 주장한다. 뉴만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본 루틴을 다른 팀에서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을 보면 내가 이 분야의 천재라는 생각에 우쭐해진다”며 웃었다.
그의 팀은 20분간의 공연을 통해 보통 100~300달러를 벌어들인다. 수익금은 12명의 댄서들이 똑같이 나누어 갖는다.
하루 평균 6~8회 공연을 하고 나면 팀원 각자에게 100달러 정도가 돌아간다.
하지만 일정한 수입을 기대하기엔 함정이 많다. 공연 도중 발목을 삐거나 뼈가 부러지는 안전사고가 흔하게 발생한다. 물론 거리의 춤꾼에게 직장 상해보험이 적용될 리 없다. 부상자는 몸 상태가 완전해질 때까지 일을 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장애물은 경찰이다. 패밀리 엔터네이너스는 보행로를 막았다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다는 등의 이유로 종종 벌금을 문다.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지난해 뉴만은 확성기로 인해 단속경관과 설전을 벌이다 치안문란 혐의로 체포됐다.
무혐의 판정을 받고 풀려난 뉴만은 ‘불법체포’를 이유로 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밖 합의를 통해 1만5,000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브레이킹 댄스 거리공연은 늘 구경꾼들로 넘친다. 하지만 앞으로의 ‘사업 전망’은 불투명하다.
패밀리 엔터네이너스의 스타 공연수인 제로미 ‘원샷’ 라인(21)은 “이젠 이 생활이 지겨워졌다”고 말한다.
사우스 브롱스에서 고참 선배들로부터 브레이킹 댄스와 곡예 묘기를 전수받고 처음 거리에 섰을 때의 짜릿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역시 돈이 문제다. 10년 전 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공연은 순수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채워졌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코믹한 공연이 자리를 잡은 이후 단원들은 관광객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뜯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한때 ‘동패’로 가까이 지내던 다른 팀들과 살벌한 자리다툼을 벌이는 일도 잦아졌다. 라인은 이 모두가 돈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거리공연을 “보기엔 그저 즐겁고 재미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전쟁”이라고 규정한 제로미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거리에서 춤꾼들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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