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 에어컨ㆍ냉동ㆍ히팅 전문업체 ‘우리 쿨 마트’ 윌리 강 사장
직장 그만두고 아빠 도와준 아들
10년간 정 나눈 고객과의 신뢰
사업을 계속해야하는 이유
끊임없이 낮아지는 법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
우리 쿨 마트는 에어컨, 냉동 히팅(HVAC) 전문 업체다. 그 곳의 윌리 강(63) 사장은 처음에 취재를 완고히 거절했다. 성공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자칫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이유였다. 어떤 사안을 과장하지 못하는 성격 탓도 내세웠다. 그래서 어렵게 승낙을 받아야 했다. 그는 취재에 응한 것은 “어차피 사람 사는 이야기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며 평범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공감하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있다는 이해 때문“이라 했다.
‘겸손하고 무리하지 말라’
지난 8일 눈 내리던 날. 뉴저지 리틀 페리의 우리 쿨 마트를 찾았다. 업소에 들어서니 사무실 한쪽의 골프가방이 눈에 띈다.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고맙다’며 악수를 건네는 윌리 강 사장. 첫 인상은 겸손한 삶이 배어 있는 듯했다. 골프 하시죠?라고 먼저 물었다. 그는 골프가 우리들의 삶과 특히 사업에 큰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망설임 없이 전한다.
골퍼면 공감할 수 있는 얘기지만 힘 빼고 욕심을 내지 말고 무리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삶의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겸손함을 뜻한다. 사업상에도 마찬가지란다. 충분한 준비나 사전 지식 없이 욕심을 내서 무리한 투자나 확장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골프가 겸손을 가르치고 욕심을 자제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가 살아온 인생 여정의 고비 고비는 골프가 주는 교훈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거창한 사업이 아닌 삶의 기반
그는 1986년 쉬핑(Shipping) 회사 주재원으로 볼티모어서 2년간 근무했다. 그 후 1988년 뉴저지로 근무지를 옮겼다. 미국에 온 아내, 두 아들과 함께 팰리세이즈팍에 보금자리를 꾸민 것이다. 그 후 1993년 경험을 토대로 개인 쉬핑 회사를 차렸다. 그러다 돈 벌기가 쉽다는 얘기에 솔깃해 새로운 업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접어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 사전 준비 없이 욕심을 부린 결과였다. 아내의 절약으로 어렵 살이 모은 전 재산을 털어먹었다. 그래서 주변의 권유로 타주에서 에어컨 업종에 뛰어 들었다. 급한 마음에 전망이나 실태조사, 장기적 계획이나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나섰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빚만 더 늘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참 어리석은 결정으로 아내와 식구들에게 말 못한 고통을 안겨 주었던 기억은 지금도 지울 수 없다”고 회상한다.
그는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 쿨 마트’를 시작했다. 우선, 매캐닉을 전공해 미국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장남을 어렵게 설득했다. 제대로 된 기술과 이론을 갖추고 기술지원의 소통도 가능한 젊은 2세가 이 방면을 파고들면 주류사회 접근도 가능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아버지 권위 안에서 참고 견뎌야 하는 아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윽박지름도 있었다. 그렇게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견디고 버텨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다.
그는 아직도 자금여유가 빡빡하지만 업소를 계속 운영해야할 확실한 이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우선, 10년 동안 거래 했고 기계를 판매, 설치했던 고객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강한 책임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술축척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이다. 자만이나 교만이 아닌 용기다. 뿐만 아니라 이윤추구의 거창한 사업이라기보다는 삶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더 정직한 표현은 생계용이라고 귀띔한다. 더불어 10년 동안 정을 나눈 고객, 특정분야의 기술적 애정, 애써가고 있는 보람으로 이어지는 신용을 기반으로 점차적인 고객확대 그로인해 생활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정직한 고백이라고 여겨진다.
“우리 쿨은 약속을 지킵니다.”
그는 취급품목이 에어컨, 냉동 히팅 분야지만 본 업소가 갖고 있는 라이선스가 규정하는 범위라고 한다. 에어컨의 종류는 다양하고 에너지원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도 있다. 히팅 역시 개스,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가정용이나 업소용으로 구별 해볼 수 있다. 이런 기기의 설치에서 사후 관리 또한 수리까지가 ‘우리 쿨 마트’의 취급제품이자 서비스다. 이는 고객입장에서도 기기 판매와 설치, 사후 관리와 수리가 하나로 묶여지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일괄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인 셈이다.
그는 공조(HVAC)업종의 기술과 경험을 통해 자격증과 면허증을 획득한 젊은 세대의 기술자가 ‘미해결 서비스 제로’라는 슬로건으로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기위치에 맞는 범위 안에서 성실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손님을 충족시켜 주는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며 필요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업소의 책임이며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상대적 유익일 것으로 믿고 ‘우리 쿨은 약속을 지킵니다’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면 주변의 인지도가 높아짐은 물론 차즘 사업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약속을 지킵니다’는 우리 쿨 자신에게 다짐하는 구호다.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건 이유는 세상은 약속이며 질서이다. 법, 관행, 규칙 등은 사람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잣대이며 제도이다. 약속은 지켜야할 의무이며 계약인 셈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나 제공 받는 손님이 서로 지켜나가는 약속이 바로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는 근본이 된다”고 강조한다.
‘인생이란 끊임없이 낮아짐의 반복…’
부부는 돕는 배필이라는 그는 서로 돕기 위해 고통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인성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 생각보다 실천을 강조한다. 여행도 같이 가고 음식도 함께 만들고 운동과 대화도 같이 하고 영화와 일도 같이 나누는 실천 말이다.
한 때 교회에 열심일 때가 있었다는 그는 스스로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앙의 본질과 거리가 먼 경제논리가 부지불식간에 교회까지 파고들어와 있기 때문이란다. 흑백 논리로 교파 간에도 비방과 반목하고 자기만 선하다는 배타적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기사들을 자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 그의 안타까움이다.
그는 인생은 낮아지는 것과 겸손한 삶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불행과 죄는 자기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가분한 만큼을 기대하고 원하는 소위 탐욕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골프를 칠 때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제대로 배우지도 연습도 하지 않고 욕심내서 멀리 보내려고만 하면 OB(out of bounds)가 생기고 골프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를 말함이다. 인생이란 끊임없이 낮아짐의 반복이고 겸손함의 결과로 인해 빈 부분을 채워나가는 기쁨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낮아지는 것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과 연결된다고 본다. 결혼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찾는다. 화성과 금성에서 온 서로 다른 환경과 체형이 하나 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결국 양보와 배려. 낮아지는 자만이 상대를 배려하고 들을 줄 알며 이타적일 수 있다. 바로 결혼생활이며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한다고.
“직업엔 귀천이 없다. 성공의 여부가 인격을 가늠하지 않는다. 부가 인생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도 아니다. 이민 와서 수많은 어려움과 갈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개개인의 삶이 비록 고단하고 스스로 절망하는 이가 있다면 저의 삶 역시 여러분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역할에 성실하다면 분명히 변화가 이뤄질 것이며 그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그의 모습에서 ‘평범함은 곧 비범함’이란 느낌이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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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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