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위용의 콘서트장, 소도시까지 우후죽순
▶ 안돼공연 지원 문화정책 부재, 청중 수준도 기대 이하
2007년 개관한 베이징의 내셔널 퍼포밍 아츠 센터. 좋은 연주회가 많이 열리고 있지만 중산층의 지원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진 www.nytimes.com>
상하이의 오페라 하우스인 오리엔탈 아트센터. 후원자의 반이상이 40세 이하다. <사진 www.thousandwonders.net>
지난 10여년 동안 전세계 클래식 음악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중국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지금도 많은 도시에서 청중들은 열광하고, 비르투오조(기교가 뛰어난 명연주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콘저바토리와 콘서트홀들은 우후죽순으로 불어나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여기서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고, 지난 해 줄리어드 음악학교는 2018년 베이징 외곽의 텐진에 분교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분야 많은 이들은 클래식 음악의 성장을 가로막는 완고한 장애물들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공연예술기관들의 허약한 관리능력과 청중 교육에 대한 노력부족이다. 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이고 상하이 심포니의 음악감독인 롱 유(Long Yu)는 “현재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스타 연주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중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잘 가꿔나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클래시컬 음악활동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주요 도시들에 밀집돼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베이징에는 전용 콘서트홀이 몇 개 없었고 일년에 콘서트 열리는 횟수가 손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일년에 수백회의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골라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2급 혹은 3급 도시들, 말하자면 우한이나 시안 같은 곳에도 새로 지어놓은 번쩍이는 극장과 콘서트홀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시설을 채울 수준 있는 음악가들과 청중들은 찾기 힘든 형편이다. 이런 도시들은 정규 콘서트 시즌도 없고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할 자원이 부족하다. 또 어떤 곳에서는 한때 위용을 자랑하던 연주장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망가져 가고 있다.
“이런 2급 도시들의 오케스트라들은 도움과 지원에 목말라 있습니다. 우수한 리더십부터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또 콘서트홀의 관리, 교육, 모든 면에서 유연한 개발이 필요합니다”라고 중국에서 자주 객원지휘를 하는 스탠포드 대학교수 카이 진동은 말했다.
수준 낮은 프로그램은 저조한 티켓 판매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은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 때문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중국에서는 공연 기관을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혜택을 거의 주지 않고 있어서 자선사업 문화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불모지대라 할 수 있다.
베이징의 내셔널 퍼포밍 아츠 센터의 프로그램 부디렉터 렌 샤오롱은 “통일된 문화정책의 부재가 중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중국 전역에서 예술은 ‘혁명기계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기계를 돌리고 인민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렌 샤오롱은 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문화육성을 위해 컨트롤하기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콘서트에 참석하는 중국 청중들의 수준도 문제다. 1996년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의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를 초청했던 베이징 우 프로모션의 우 지아통 제너럴 매니저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클래식 음악이 너무 길다고 표를 사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굉장히 짧은 브루크너의 G 마이너 서곡을 연주했고, 이어서 슈트라우스를 연주했습니다. 당시 중국인들에겐 서양 클래식 음악이란 곧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였거든요”
프로그램 매니저들은 이제는 사정이 조금 달라져 브람스뿐 아니라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프로코피에프를 듣고 싶어하는 청중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작곡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전혀 모험적이 아닌 기본적인 레퍼토리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많은 연주홀들은 갈수록 영화와 온라인 TV에 빠져드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는 달라요. 러시아에서는 경기가 아주 나빠도 사람들이 옷을 차려입고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 오랜 전통이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 센터의 린 홍밍 제너럴 매니저는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요 콘서트홀들의 교육 프로그램은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공연예술 전반의 감상법에 대해 가르치고 개발하는 데 집중돼있다. 지휘자 롱 유도 음악교육이 좀더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요즘 콘서트홀들은 학생 할인 티켓과 연간 멤버십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요 타켓 청중이 중산층이기 때문에 콘서트 티켓 가격을 영화 티켓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낮추고 있습니다”라고 린 홍민은 말했다.
그러나 중국 내 콘서트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음악에 대해서 잘 알면서 동시에 로컬 정부에게 문화 지원이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만이 아님을 설득할 인내심도 갖고 있는 강력한 매니저를 찾는 일이라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은다.
“중국은 너무 커서 그랜드 디어터와 오페라 하우스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연주장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총감독 다섯사람만 이름을 대보라고 한다면 그건 불가능하지요”라고 우 지아통은 말했다. 지금 잘 하고 있는 매니저들은 가파른 학습곡선을 거쳐야 했음을 인정한다. 렌 샤오롱은 내셔널 퍼포밍 아츠 센터가 개관한 다음 해인 2008년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자신은 클래시컬 뮤직이 뭔지조차 몰랐다고 말한다.
“그때 프로그램 짜는 일에 대해 배우면서 도대체 말러가 누구지 하고 궁금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음악 팬들의 수준도 지난 7년 동안 많이 향상됐습니다”
내셔널 센터 같은 곳은 수익의 50% 정도가 티켓 세일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청중의 배우려는 열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미국 유수 오케스트라가 30~40%인 것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유능한 총감독만 있으면 중국은 금방 날아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팽배하다. 수천만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악기를 공부하고 있으니 이들이 미래의 청중으로 가장 유망한 집단이다. 실제로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 센터에서는 클래식 음악 패트론의 반 이상이 40세 이하라고 린 홍민은 전했다.
“지난 6년 동안의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고 중국 순회연주를 4회나 가진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매니징 디렉터 로리 제피스는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연주 도중에 큰 소리로 기침하거나 침을 뱉기도 하고, 애들은 뛰어 돌아다니는가 하면 전화로 이야기하는 청중도 있었다고 한다. 티켓 시스템이 엉망이라 좌석이 뭉텅이씩 비어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정말 음악을 듣고 싶어서 온다고 말한 그는 연주에 몰두하며 음악을 이해하려 애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