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두달전 유엔에 공식 통보...사전계획 조치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지난 달 26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2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내달 24일 각국대사 일반토의 부분 8번째 발표자
한국, 윤병세 외교장관 23일 전반부회의 참석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내달 24일 미국 뉴욕에서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엔총회 사무관계실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9월24일 오후 3시∼7시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리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 후반부회의에 참석해 8번째 발표자로 연단에 오른다. 각 회원국 대표의 기조연설이 15분으로 제한 권고된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연설은 이날 오후 5시께로 예상된다.
한국은 하루 앞선 9월23일 전반부회의(오전 9시∼오후 1시)에 14번째로 일정이 잡혀있다. 제71차 유엔총회는 내달 1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회돼 1년간 진행된다.그러나 매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유엔총회 일정은 개회식과 그에 이어 6일간에 걸쳐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이 있는 일반토의 부분이다.
올해 일반토의는 20일 오전 9시 딜마 루세프 브라질 대통령을 시작으로 26일 오후 6시 펠로노미 벤슨-모이톨 보츠와나 외교장관까지 180여명의 국가대표 연설이 계속 이어진다.
브라질이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르는 이유는 1947년부터 이어져온 전례에 따라서다. 또 유엔 호스트 국가인 미국이 두 번째로 나서는 이유 역시 유엔 전례에 의해서다. 미국은 올해에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대통령으로서 유엔총회 마지막 연설이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미국 이외에도 프랑스가 대통령이, 영국과 중국은 정부수반, 그리고 러시아는 외교장관이 이번 토의에 참석한다. 올해와 내년 2년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일본은 일반토의 둘째 날인 21일 전반부회의에 신조 아베 총리의 연설이 잡혀있다. 한국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참석을 유엔에 통보해놓은 상태이다.
유엔총회 사무관계실에 따르면 22일 현재 101개국 국가 원수, 47개국 정부 수반, 3개국 부통령, 4개국 부총리와 31개국 외교 장관이 토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현재 ‘리스트’(발표자, 날짜, 시간)는 잠정적인 것으로 각 회원국 대표단의 사정에 따라 내용이 다소 변경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그다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총회 개회식과 일반토의는 지난 10년간(연임)의 유엔수장 임기를 12월31일로 마치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도 마지막이 된다.
올해 일반토의 주제는 반 총장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지속가능개발목표: 우리세계의 변화를 위한 보편적인 노력’이다. 따라서 유엔 사무국은 이번 행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총회 사무관계실과 긴밀히 협력하며 준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무국에 따르면 내달 총회 기조연설과 함께 유엔 무대에 ‘데뷔’(debut)하는 리 북한 외무상은 올해 5월13일 현 직위에 공식 취임했다.<본보 2016년 6월8일자 A14면>
전임자인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014년 9월 북한 외무상으로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2년 연속 뉴욕을 방문해 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3년째 국가대표로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파견하는 것이다. 북한이 반 총장 초청으로 지난 4월 유엔본부에서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뉴욕에 보낸 것까지 따지면 불과 5개월만이다.
더욱이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가 지난 6월 이미 신임 리 외무상의 올해 총회 일반토의 참석 계획을 유엔에 공식 통보한 사실을 볼 때 사전 계획한 조치여서 주목된다.
리 외무상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내달 뉴욕에 도착해 약 2주간 체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무성 부상 겸 6자회담 수석대표일 당시인 2012년 3월 미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 맥스웰 스쿨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플라자 호텔에서 마련한 한반도 관련 세미나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바 있다.
한국과 북한의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일정을 잠정적으로 잡아놓은 유엔 문서.
■기자의 눈/‘빤한 결과’
유엔은 매해 9월 뉴욕 맨하탄 본부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회의에 참석하는 각 회원국 대표는 차례로 총회장 연단에 올라가 국제사회에서의 자국 현주소를 평가하고 미래 계획을 공약한다. 그들은 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이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국가 선전•홍보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해마다 북한의 기조연설을 들어보면 다른 회원국과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국제사회 기준에서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는 북한의 현실이 연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른 회원국은 국제사회와 발맞춰 미래를 향해 함께 가려는 의지를 보이는데 유독 혼자서 가겠다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자체적으로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년 전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는 물론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안보리 제재는 대상을 징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바로 잡아 회원국을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도록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온갖 괴변을 늘어놓으며 맞서왔다. 오히려 자신들이 회원국으로 가입해있는 유엔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올해 초 감행한 4차 핵실험과 추가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그에 따른 안보리의 초강력 제재결의 채택이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유엔총회도 지난 10년이 넘도록 결의를 채택해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해오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반인도적범죄에 해당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체계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이를 아예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 “우리는 인권문제라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유엔총회는 지난 2년 연속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최고지도자(김정은)를 포함한 모든 가해자들의 책임을 추궁토록 안보리에 권고하는 결의로 대응했다. 올해 12월에는 그 내용이 더욱 강화된 결의 채택으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하나로 모인 연합체인 유엔의 의지가 꺾일 것인지 아니면 한국 해방직후 한반도 북쪽에 기형적으로 뿌리내린 3대 세습 독재 정권 체제의 생존을 위해 갈수록 국제사회 기준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회원국 북한이 변할 것인지는 너무나도 빤한 결과이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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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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