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 알토의 레스토랑들 존폐위기
▶ 전국서 최고 비싼 임대료에 구글·애플 등서 요리사 싹쓸이
델피나의 크레이그 스톨은 “손님 유치 경쟁이 아니라 종업원 유치 경쟁에 올인한다”고 말한다.
피자리아 델피나에서 요리사들이 통돼지구이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Jason Henry>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지비보’(Zibibbo)라는 이름의 모로코 식당이었다. 오픈 패티오에서는 언제나 맛있게 양념된 왕새우와 피자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풍겨 나오곤 하던 인기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나 지금 패티오는 굳게 닫힌 문 뒤로 자취를 감추었고, 피자 오븐은 간 데가 없다.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이던 바는 1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일하는 오피스로 바뀌었다. 17년간 성업을 누렸던 식당이 2014년 문을 닫은 후 이곳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벤처 캐피탈 오피스가 되었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북가주 팔로 알토(Palo Alto)에서 소매상점과 식당 등 다운타운 상업공간 7만여 피트가 사라지고 테크 업체들의 사무실로 바뀌었다.
실리콘 밸리의 식당 업주들은 요즘 갈수록 치솟는 물가와 렌트비, 인력 부족으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에 겨운 실정이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거대한 테크 기업들이 식당 업주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 임금과 베네핏을 제공하면서 쓸만한 요리사들과 종업원들을 계속 빼내가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테크놀러지 산업이 번성하면 할수록 로컬 레스토랑 업계는 더 빨리 존폐 위기를 맞는다. 테크 산업 종사자들이야 매일 회사 내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신선한 요리를 무료로 먹을 수 있으니 내 알바 아니겠지만,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모두 크나큰 괴리 속에 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테이크아웃 식당들(벤토 박스 사진을 보고 아이패드로 주문하는)과 한끼에 500달러씩 하는 하이엔드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말이다.
“우리가 알던 레스토랑들은 이곳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워드 벌카는 말한다. 팔로 알토 지역에서 피자 식당과 레드우드 시티에서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오너인 그는 “팔로 알토는 이제 생존하기가 너무 어려운 곳이 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완전히 접고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은 극도로 줄어드는데 종업원 임금은 날로 오르고 있으니 하루 버티는 게 전쟁과 같다는 것이다. 요즘 팔로 알토에서 원베드룸 아파트는 월 2,800달러나 된다. 뉴욕 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보다 조금 저렴했던 인근 쿠퍼티노와 샌호제 지역조차 새로운 테크 산업 종사자들이 밀려들어오면서 원베드룸 아파트가 2,5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 팔로 알토 다운타운의 리스 비용은 스케어피트 당 7.33달러로 4년전에 비해 60%이상 올랐다. 게다가 건물 개선 및 유지비용도 테넌트가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다.
팔로 알토에서는 식당들이 주변 인도 보수비용, 나무 관리비, 주차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 1,000스케어피트 이상 임대하는 식당들은 4개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스페이스 당 6만3,848달러를 내야 한다. 총 25만5,392달러나 되니 미 전국에서 최고로 비싼 곳이다.
미국에서 보통 성공적인 식당들이 내는 임대 관련 부대비용은 렌트와 보험, 재산세를 포함해 총수입의 4~6% 정도다. 그러나 팔로 알토에서는 그 비용이 12%에 이른다. 그러니 운영 상 손익계산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인력 조달이 크나큰 도전이고 ‘종업원 구함’ 사인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종업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패스트 캐주얼’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로즌 요거트, 컵케익, 티 샵, 포케 바 같은 곳들, 혹은 고객이 직접 카운터에서 오더하는 샐러드 스테이션들이 전통적인 식당들을 대체하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곳들 중에는 글로벌 스시 제국 노부(Nobu)와 벤처 캐피탈 펀딩으로 9,500만달러를 끌어들인 샐러드 체인 스윗그린(Sweetgreen)도 있다.
제임스 비어드 상을 탄 셰프 오너 크레이그 스톨과 아내 애니 스톨은 샌프란시스코에 4개 식당과 실리콘 밸리에서 2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 유치 경쟁이 아니라 종업원 유치 경쟁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소연한다. 2년전 문을 연 실리콘 밸리의 식당들은 필요한만큼 스태프를 구하지 못한 채 운영하고 있다. 전에는 특별 경력이 있는 요리사들을 채용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크레이그리스트에 식당 사진과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모습, 예쁜 웨이트리스 사진들을 올려 관심을 끌고 스톨 부부는 말했다.
작년에 스톨 부부는 일 잘하던 종업원들과 디렉터 등 여러명을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와 에어비앤비 회사에 빼앗겼다. 그들을 잡아두려고 월급과 특전을 최대한도로 올려주었으나 허사였다. 지금 실리콘 밸리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단지 서브하는 종업원이 모자란 이유로 한쪽 섹션을 완전히 클로즈하곤 한다. 궁여지책으로 얼마전부터 14세 딸과 그 친구들을 끌어들여 경영하고 있다는 스톨 부부는 이젠 가까운 인력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피자리아 델피나’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비노 로칼’이라는 가족 운영 와인바가 있다. 주인 JC 앤드레이드는 얼마전 주방장을 페이스북에 빼앗겼다고 했다. 그는 종업원 임금도 올리고 401(k)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그런 혜택과 비교가 안 되는 조건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역시 15세의 동생에게 도와 달라고 애걸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해 벤처 펀드 ‘소셜 캐피탈’을 창업한 브리젯 라우와 샤마스 팔리하미티바는 다운타운에 스타일리시한 레스토랑 ‘버드 독’을 오픈했다. 그들에게는 실리콘 밸리의 투자가들의 지원이 있었다. 젊고 혁신적인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의 고급 식당을 다운타운 팔로 알토에 유치하기 원하는 투자가들이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도 팔리하미티바(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농구팀의 구단주 중 한명이다)와 라우는 팔로 알토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란 겁나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팔로 알토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근사한 계절 요리가 메뉴에 올라있는 멋진 식당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곳은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르가 종업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프라이빗 카페테리아로, 회사 뱃지를 단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다운타운 오피스 공간을 12% 넘게 점유하고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컬 주민들이 이용할만한 새로운 식당으로 마운튼 뷰 근처에 줌 피자(Zume Pizza)가 문을 열었다. 로봇이 피자를 굽는 곳으로, 팔로 알토까지 딜리버리를 해준다. 아마 수년 내로 무인자동차가 배달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팔로 알토 지역의 한 테이크아웃 식당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Jason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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