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에게 핑크색, 아들에겐 파란색 옷 꼭 입혀야 하나
▶ 성 중립적 옷 찾기 힘들어” 부모가 아동복 회사 설립, 10, 20대 남녀공용 브랜드도
코트니 하트만이 시애틀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제시 & 잭’ 아동복점에서 성 중립적 옷을 입은 로이스(2), 데크란(4) 등 두 자녀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옷을 구분해 구입한다. “핑크는 계집애 용이고 트럭 디자인은 사내녀석 전용”이라는 식의 고정관념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는 부모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크리스틴 허긴스(35)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성구분이 확실한 어린이옷을 단호히 거부한다. 딸에게 수퍼 히어로 의상을 즐겨 입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성별에 따른 전통선호 색깔을 못마땅해 하는 크리스틴은 올해 여섯 살인 딸의 방을 온통 녹색으로 칠했다.
하지만 딸의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나면서 남녀공용 옷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를 주제로 한 파자마는 사내아이 옷 전용 섹션에서만 취급한다. 딸에게 ‘공식적인 남자아이 옷’을 사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리틀락에 거주하는 히긴스는 “성중립적인 옷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한다.
생후 7개월 된 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옷가지에 찍힌 이미지는 소방차나 상어 일색이다. 고양이나 컵 케익 디자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젠더 규범을 무시한 옷을 찾는 부모들의 옵션은 아직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랜즈 엔드(Land’s End)와 사라(Zara)와 같은 대형 소매의류업체들이 어린이 의상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는 있지만 히긴스와 같은 부모에겐 흡족치 않다.
마음에 맞는 남녀공용 옷을 찾다 지쳐버린 일부 부모들이 직접 아동복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나온다.
코트니 하트만도 워싱턴 주 시애틀에 ‘제시 & 잭’(Jessy & Jack)과 ‘프리 투 비 키즈’(Free to Be Kids)라는 두 개의 아동복 메이커를 설립했다.
제시 & 잭이 찍어내는 유니섹스 T-셔츠에는 로봇과 공룡이 그려져 있고 프리 투 비 키즈의 셔츠에는 “I’m a Cat Guy”라는 성 중립적인 슬로건이 파랑, 노랑과 회색 등 3가지 색 가운데 하나로 적혀 있다.
제시 & 잭과 ‘프린세스 오섬’(Princess Awesome)의 드레스는 기차와 비행기 모티프가 담겨 있다. 명백한 ‘전통과의 작별’이다.
이들을 비롯한 20개의 온라인 브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백-투-스쿨 시즌에 맞춰 ‘클로즈 위드아웃 리밋스’(Clothes Without Limits)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판매하는 아이템이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성큼성큼 자라는 아이에게 한 벌에 20달러짜리 티셔츠는 조금 과한 게 사실이다.
규모가 큰 기존의 장난감과 침구 업체들도 보다 중립적인 상품을 부분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랜즈 엔드는 사내아이용 사이언스 T-셔츠를 내놓았다가 한 소비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자 2년 전부터 디자인을 남녀공용 버전으로 바꾸었다.
디자인 과정에서 어린이의 도움을 받아 ‘캣 & 잭’(Cat & Jack) 브랜드의 아동복을 제작하는 타깃은 ‘스마트 & 스트롱’(Smart & Strong), ‘퓨처 애스트로넛’(Future Astronaut: 미래의 우주인)과 같은 슬로건을 담은 유니섹스 T-셔츠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패스트패션 체인점인 사라도 10대와 20대 초반 남녀를 겨냥, 자사의 TRF 라인 아래 ‘언젠더드’(Ungendered)라 불리는 남녀공용 컬렉션을 출시했다. 언젠더드는 T-셔츠, 스웨셔츠와 청바지 등 기본의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외에 보든(Boden) 브랜드도 공룡과 같은 이미지를 집어넣은 여자아이 옷을 선보였다.
사내아이 옷보다는 계집애 옷에 이 같은 실험적인 시도가 더욱 빈번하게 이뤄지곤 있지만 시장조사단체인 NPD 그룹의 수석산업분석가 마샬 코헨은 “아직도 대다수의 아동복은 한쪽 성에 국한되어 있다.
핑크색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 시애틀에 ‘쿼키 키즈’(Quirkie Kids)를 창업한 마틴 조어는 “몇 명의 소비자들로부터 사내애에게 핑크색 옷을 입히면 게이가 된다”는 경고 이메일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동복 구매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부모라는 점도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코헨은 아마도 대대적인 변화는 다음 세대가 자녀를 갖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크리스 게린은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하는 옷을 세 살배기 손녀에게 사주어선 안 되는 이유를 장모님에게 장황하게 설명해 드렸다”며 “장모님은 얼마 전에도 계집애는 이런 걸 입어야 한다며 핑크 드레스와 티아라(왕관)을 사가지고 오셨다”고 말했다.
매릴랜드대학 미국학 교수인 조 B. 파오레티는 “지난 50년간의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고정관념이 유해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지적하고 “핑크는 여자, 블루는 남자라는 이분적 사고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은 두 살만 돼도 이 같은 스테레오타입에 바탕해 판단하고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의 홀리 토마스 대변인은 “아동복은 일반적으로 보이즈 섹션과 걸스 섹션에서 따로 진열되지만 이전과 달리 색깔과 스타일이 훨씬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추리닝 상하의(sweatpants and sweatshirts)와 그래픽 T셔츠처럼 활동적이며 본질적으로 남녀공용이라는 특징을 지닌다”고 밝혔다.
J. C. 페니와 노스트롬은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젠더라인을 모호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새로운 유니섹스 브랜드를 지지하는 그룹은 “수요가 눈에 빤히 보인다”고 주장한다. 하트만은 연매출이 6자리 숫자를 기록 중이라고 떠벌렸다.
히긴스는 “진청색 스니커를 신고 데이케어센터에 갔던 어린 딸이 같은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남자 신발을 신고 왔다는 놀림을 당해 눈물바다를 이룬 적이 있었다”며 “딸에게 보이 칼러나 걸 칼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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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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