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마지막 사랑’그 누가 막으랴
▶ 입소 노인들 성적인 관계 허용하는 곳 속속 늘어, 일부선 “가족있는 입주자 외도 조장·성추행 우려”
지난 5월 헤브류 홈에서 열린 시니어 프람. 브롱크스의 리버데일에 위치한 헤브류 홈은 G-데이트라 불리는 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입주자들의 이성관계를 지원한다.
오드리 데이빗슨(85)은 널싱홈에서‘특별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생의 남은 기간을 그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 오드리는 거의 매일 밤 남친 방에 머물렀다. 널싱홈의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일반적 규범을 보란 듯 어긴 셈이다. 그러나 그녀는 널싱 관계자들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제재는커녕 헤브류 홈 운영진은“남친과 같은 방에서 함께 밤을 지내도 좋다”며 둘 사이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었다. 간호사를 비롯한 스탭도 협조적이었다. 조무사 가운데 한명은“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써넣은 팻말을 늙은 연인의 바깥 방문 고리에 걸어주기까지 했다.
오드리처럼 널싱홈에서 이성 룸메이트를 찾는 ‘로맨스 그레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혼외관계에 대한 사회적 관용도가 높아지자 인생막장에 다름없는 삶의 ‘유배지’에서 마지막 사랑의 불꽃을 피우려는 70대와 80대 노인들이 크고 작은 물결을 이루며 출렁대고 있다. 바이아그라의 광범위한 보급도 노년의 사랑을 부채질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널싱홈들은 전통적인 ‘집단 케어’에서 맞춤형 ‘개별 케어’정책방향을 전환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입소자간의 성관계를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널싱홈은 이미 목욕시간과 저녁식사 반찬 등과 관련해 빡빡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대신 입소자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잇대어진 자율화 조치의 다음번 수순이 무엇일지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널싱홈의 노인들은 대부분 이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원한다. 입소자들 사이에서 “금지된 사랑의 봉인을 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내 최대 널싱홈협회인 ‘아메리칸 헬스케어 어소시에이션’의 선임 디렉터로 활동하는 마거릿 맥래플린은 “섹스야말로 인간 본성의 핵심”이라며 입주 노인들의 편에 섰다.
헤브류 홈도 입주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들의 짝 찾기 노력을 지원한다.
해피아워를 실시하고 시니어 프롬을 개최했으며 G-데이트라 불리는 데이팅 서비스도 시작했다. G 데이트는 조부모 데이트(grandparents date)를 축약한 조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870명의 전체 입주자 가운데 40명이 ‘여생의 동반자’ 관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널싱홈에서의 이성관계는 비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관계를 맺은 입주자들 중 일부의 정신상태로 보아 이 같은 행위에 동의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 좋은 예에 속한다.
지난 2014년 아이오와주의 전직 주의원이었던 헨리 레이혼스는 알츠하이머환자인 자신의 부인과 널싱홈에서 관계를 가진 후 성적학대혐의로 기소됐다. 배심원 재판에서 레이혼스는 무죄평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대다수의 널싱홈이 입소자의 성행위에 관한 분명한 지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직까지도 헤브류 홈을 비롯한 극히 일부 널싱홈만이 공식적인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전국 2,000개의 널싱홈을 비롯, 노인 케어서비스를 제공하는 6,000개의 비영리단체를 대표하는 리딩에이지의 공공정책담당 선임부사장 체릴 필립스 박사는 ‘베이비 부머’들이 널싱홈 공간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섹스가 당면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 섹스를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널싱홈에 입소했다고 해서 갑자기 금욕주의자로 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헤브류 홈을 운영하는 리버스트링헬스의 최고경영자이자 사장인 대니얼 레인골드는 “늙어간다는 것은 시력, 청력, 기동력, 심지어 친구까지 무언가 중요한 것을 계속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실의 시대에 진입한 이들에게 따스한 이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며, 만일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성관계로 연결된다면 그 때마다 어른답게 풀어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헤브류 홈은 지난 1995년에 이른바 ‘성적표현 허용정책’을 채택했다. 당시 입소자들의 성행위 현장을 목격한 한 간호원이 레인골드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밖으로 나와 방문을 닫으라”고 대답한 것이 계기가 됐다.
레인골드는 성적표현 허용정책을 채택하기에 앞서 수 백 군데의 널싱홈을 상대로 서베이를 실시했는데 “성행위를 하는 입주자가 전혀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헤브류 홈은 성적표현 허용정책 내용을 자체 웹사이트에 게시해 놓았다. 분명한 원칙을 공개함으로써 입주자끼리의 친밀한 관계정립을 격려하는 한편 이를 원치 않는 다른 원생들이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는 스탭을 위한 행동지침도 포함되어 있다.
헤브류 홈은 성적표현 허용과 관련해 기소된 적이 없으나 일부 입주자들의 가족은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특히 바깥에 법적 배우자를 둔 입주자의 가족들은 “널싱홈이 외도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스탭들의 고충도 크다. 누가 누구의 짝인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동거인 찾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입주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실수 없는 ‘교통정리’가 가능하다.
이들에게 식당은 위험한 지뢰밭이다. 관계를 맺은 커플 중 한명이 한눈을 팔다가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하고 공개적인 애정표현으로 곧잘 민망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혼녀인 데이빗슨은 널싱홈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레오나드 모크를 처음 만났다. 그는 스마트했고 늘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데이빗슨은 모크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 그의 방이 있는 층으로 옮겨갔다.
모크가 갑자기 병에 걸려 숨지기 전 둘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이빗슨은 아직도 그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크를 내 두 번째 남편으로 생각한다”는 그녀는 “비록 짧았지만 멋지고 예상치 못한, 황홀한 경험이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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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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