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89, Philip Glass)는 20여 편의 오페라를 썼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초상오페라 3부작’이라 불리는 ‘해변의 아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 ‘사티야그라하’(Satyagraha), ‘아크나텐’(Akhnaten)이다. 이 오페라들은 워낙 길고 난해하고 프로덕션이 장대해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데, LA 오페라는 세 작품을 모두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그리고 지금 다시 10년 만에 ‘아크나텐’을 공연하고 있다.세 오페라는 무력이 아닌 사상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 비폭력주의자 간디, 그리고 종교개혁가였던 고대 파라오 아크나텐이 각각 주인공이다. 이들 중 아인슈타인과 간디는 모두 알지만, 아크나텐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3,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의 기록이 모두 지워졌기 때문이다.아크나텐은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에서 세계최초의 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7분 동안 이어진 국정연설에서 이란에 관해 단 3분간 언급했다. 이란과 일전불사의 벼랑끝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이 지역에 집결시켰다. 두 개의 항공모함 타격전단과 최소한 150대의 항공기를 인근에 배치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최고 4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군사작전의 핵심, 즉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은밀한 약속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인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 이 약속을 반복해왔다. 지난 2003년, 이란 최고 지도자는 자체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칙령을 발표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재확인했다. 이러한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정부가 합의한
겨울이 유난히 매서웠다. 폭설이 내리고, 녹기도 전에 다시 얼어붙은 길 위에서 우리는 계절의 혹독함을 실감했다. 그러나 아무리 긴 한파도 결국 봄을 이기지 못한다. 얼음은 녹고, 땅속의 씨앗은 깨어난다.산과 들, 강과 바다는 저마다의 생명들이 어우러지며 본래의 질서를 회복한다. 나무와 풀, 짐승과 새가 ‘산’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제자리를 찾고, 물고기와 미생물, 곤충과 새가 ‘물’이라는 터전 속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존재는 홀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일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의 정체성은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고 다져진다. 언어와 문화, 기억과 역사, 그리고 함께 겪은 시간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공동체가 없다면 정체성도 공허해진다.그래서 사람들은 오랜 세월 땅을 일구고, 말을 나누고, 문화를 축적하며 자신만의 공동체를 세워왔다. 한국인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형성된 역사적·문화적 공동체의 결실이다.3월1일, 3·1절은 그 공동체적 정체성이 가장 뜨겁게
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몸을 실었다. 뉴올리언스 프렌치 쿼터, 골목마다 음악과 향신료 냄새가 뒤섞인 거리에서 전차를 기다렸다. 차비는 1달러 25센트, 잔돈은 거슬러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동전을 맞바꾸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 주었고, 나 역시 낯선 이의 호의로 전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순간 블랑시의 마지막 대사가 겹쳐졌다.“당신이 누구든, 난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아직 출발도 하기 전, 이미 나는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붉은 차체의 전차는 오래된 무대 장치처럼 덜컹거리며 다가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차창 밖을 보니, 바(bar)에서 흘러나오는 색소폰 소리와 기름진 공기가 스쳐 갔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로 가는 전차로 갈아타 여섯 블록을 지나 극락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블랑시의 말처럼 전차는 미시시피 강과 철도 사이를 따라 엘리지안 필드로 향했다.이름은 극락이지만 풍경은 퇴락해 있었다. 흰색 집들은 세월에 씻겨 잿빛이
북한은 국가 경제를 세 갈래로 나눠 운영하는 기이한 나라다. 내각 담당의 민간 영역인 인민 경제, 군의 자금 텃밭 군수 경제, 노동당의 자금줄인 당 경제가 각기 독립적으로 돌아간다. 당 경제 체제에서 핵심 업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통치 자금 조달·관리다. 이를 위해 당 비서국 ‘89호실’과 당 중앙위원회 산하 ‘38호실’ ‘39호실’ 등이 역대 금고지기 역할을 맡아왔다. 더 은밀한 사금고 역할은 국무위원회 산하 ‘36국’이 수행한다고 한다.■외화벌이 조직 39호실은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지시로 1974년 설립됐다. 실장직은 최봉만·김동운·전일춘·신룡만이 순서대로 맡았다. 39호실은 대성총국·금성은행 등 120여 개 기업을 거느리며 합법 사업을 가장했다. 실질 수입원은 마약·무기 밀수, 위조 달러 제작·유통, 보험 사기, 금융기관 해킹 등 불법 사업이다. 한 해 최소 수조 원 상당의 달러를 번다. 북한 내 금광·은광 운영도 39호실이 맡았으므로 관리 자산이 총 수십조 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