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보장은 이번에도 빠져…우크라 의원 “의회 통과 어려울 것”
▶ “징발 문서” “유례없는 강탈”…젤렌스키 “美에 반대 인상은 주고싶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희토류, 석유, 가스와 같은 광물에 대한 권리를 넘어 우크라이나에서 채굴할 수 있는 모든 금속과 개발 인프라에 대한 확실한 통제권까지 요구하는 새 광물협정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보 보장은 빠진 채 자원 야욕만 극대화된 새 협정안이 공개되면서 미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약탈적 협정을 강요한다는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강도질'이라는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3일 전달한 광물협정 새 초안에서 '재건투자기금'을 통한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통제 방안을 제시했다.
이 초안에서는 양국이 설립할 이 기금이 '우크라이나의 중요 광물 또는 기타 광물, 석유, 천연가스, 연료 또는 기타 탄화수소 및 기타 채굴 가능한 물질'을 통제한다고 명시됐다.
통제 대상 광물은 희토류는 물론이고 리튬, 티타늄, 알루미늄, 아연과 같은 미국 에너지법에 열거된 모든 중요 물질이 포함됐다.
또 도로와 철도, 파이프라인, 항구, 터미널 등 운송·물류 시설과 정유소, 가공설비, 천연가스 액화·재기화 시설 등 천연자원 개발 관련 인프라도 통제 대상으로 언급됐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자원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공동 관리할 재건투자기금 이사회 이사 5인 중 3인은 미국에서 선정해 미국만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등의 대가를 이 기금에서 회수하기로 했다. 연 4%의 이자율을 적용해 최소 1천억달러를 상환받을 때까지는 우크라이나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1천억달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3천500억달러를 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주장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지만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기금은 미국 뉴욕주 법을 따라야 하고, 미국은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거부권을 가지며, 근무 시간 중 언제든지 우크라이나의 모든 부처와 기관의 장부와 계정을 조사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자원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것을 거부하는 권한도 미국이 갖기로 했다.
이 초안에도 역시 앞서 마련된 적이 있던 협정안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언급해 논란이 됐던 원자력 발전소의 미국 소유 방안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설전 끝에 무산된 광물협정이 약탈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욕심이 더욱 확대된 형태로 다시 제시되자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미국의 제시한 초안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면서 '강도'에 비유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에는 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다음 주 서명 가능성을 부인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인 야로슬라프 젤레즈냐크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솔직히 말해서 이 초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작고, 특히 의회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젤렌스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전례가 없는 배상금을 요구한다"면서 미국이 러시아 제국주의에 맞서 서방의 외곽선을 방어하는 민주 동맹국을 잔인하게 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서양협의회의 에너지법 전문가인 앨런 라일리는 "이것은 징발 문서다. 보장도 없고 방어 조항도 없고, 미국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전에 이런 건 본 적이 없다"고 논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광물협정 조건을 '계속적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전반적으로 반대한다는 인상을 받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고 미국과의 협력을 지지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거나 정보 공유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광물협정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서명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설전 끝에 '노딜 파국'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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