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효진(코로나 거주)
중용(中庸)하면 과불급(過不及)을 생각한다. 과불급 하면 ‘지나침은 못 미침만 못하다’고 해석하는데 실은 지나치지(빨리) 않고, 못 미치지(느림)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 중용에도 급수가 있다. 약육강식의 동물단계를 지나 나타나는 첫 단계에서 중용 잣대는 바깥에 있다. 그 좋은 예는 국가나 사회가 정한 일반법으로 강제성이 특징이 된다.
중간단계는 잣대가 우리 의식에 내재되어 있는데 철학자 칸트는 자율(自律)이란 말을 사용했다. 최상단계는 설명은 물론 이해하기 조차 쉽지 않은데 굳이 말하자면 ‘나라는 상없이(無我相) 중용의 잣대를 세우니 무엇을 하든 걸림이 없다고 한다. 우리의 이상(理想)은 최상급이겠으나 현실적으로는 중간 단계가 아닌가 한다. 중용 실천은 반목과 질시가 팽배한 이 사회를 이해와 화합의 장으로 변화시킨다.
한편 중용 실천은 시대와 민족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농경민족이기에 서두르는 법 없이 천천히가 생활화된 중화인(中華人)에게는 느리게 하는 것(만만디)이 모든 것을 망친다’로 가르치고, 기마민족으로 무엇이든 급히 서둘러 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인에게는 될 수 있으면 천천히를 틈만 나면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결과적으로 중도에 이르게 되지 않겠는가.
6.25전쟁을 중용에서 보면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서두르는 마음이 저지른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십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피를 토하는 교훈 외에는 더 말할게 없는 없어야만 했던 동족간의 부끄럽고 슬픈 전쟁이다.
생각조차 아픔인 6.25전쟁은 타협과 양보 대신에 단숨에 상대를 묵사발 만들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무모함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전쟁에서 형편없이 밀리자 허겁지겁 모든 군사권을 서둘러 미군에 이양한 이승만 남한정권은 휴전협정에 참석할 자격마저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남한의 군사권은 유엔이라는 이름으로 미군의 간섭을 받고 있다. 군사권은 예로부터 자주권이라 했는데.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는 너무도 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언제 누가 전쟁을 시작했으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온 관심을 쏟아 시비를 가린 끝에 전쟁을 통한 아픔과 책임을 모두 김일성과 북한 통치자에게 돌린다. 그러면서 통일이라는 단어에 ‘적화(赤化)’라는 접두사를 붙여 통일이라는 의도는 희석시키고 있다. 또 북한은 미국 때문에 통일을 못했다고 선전하며 지금도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미국과 사이만 좋아지만 남한은 겁날게 없다는 무지스런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난지 50여년이 흘렀건만 통일문제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변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원하는 통일이 ‘너 죽고 나 죽는 통일’이 아닌 ‘너 잘 살고 나 잘사는 통일’이 되려면 남북 상호간에 무시와 불신이 아닌 친함과 동포애가 크게 자라나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틈만 있으면 비방했다. 그와같은 분노와 불신은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없다는 자각 아래 지금부터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용의 실천은 자기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욕심을 우선하는 이기심으로부터 공동이익과 세계선(世界善)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와 같은 중용이 바탕이 되어야 진정한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옌벤이나 러시아에서 온 동포를 형제애로써 껴안는 것도 같은 방향의 노력이라 하겠다.
홍 효 진 (코로나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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