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들 "방학이 괴롭다"
▶ 데이케어, 학원 비용만만찮고 싫증
9살과 7살 두 자녀를 둔 김태호(37·LA거주)씨 부부. 이들은 매년 여름만 되면 아이들 돌보기에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학기중에는 2시쯤 일을 마치는 부인이 아이들을 보면 됐으나 방학중에는 평소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도 집에 있는 아이들을 따로 맡길 방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끝에 이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한국에 사시는 부모님을 모셔와 방학기간동안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다.
김씨부부와 같이 맞벌이를 하는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아이들 방학이 괴롭다. 방학동안 자녀 맡길 곳을 찾는게 가장 큰 일이다. 김씨부부와 같이 주위에 자녀들을 봐 줄 친지가 있거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그렇지 않을 경우는 각 학교나 교회 부설 서머프로그램이나 사설 데이케어센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한인타운내 각종 어린이학교 등 한인운영 데이케어센터의 경우 자녀 1명당 최소한 월 300∼4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여름 애프터스쿨을 이용할 경우 비용이 공립학교는 월 500달러 수준이며 일부 사립학교 부설 데이케어센터의 경우는 교육비가 월 700달러 이상 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한인 운영 데이케어센터는 한인 학부모들의 우려를 감안, 점심으로 한식 메뉴까지 제공하고 있으나 미국계 데이케어센터의 경우는 대부분 점심 등 간식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 도시락을 따로 싸야 하는등 추가 부담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14세 이하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 한 달에 1,000달러 넘게 지출해야 하는 셈이돼 웬만한 맞벌이 부부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게 한인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름방학기간만 되면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거나 아예 아이들을 방학동안 한국의 친지집으로 보내 머무르게 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풍속도가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을 며칠전 한국으로 출장가는 남편 편에 한국의 친정으로 보낸 인터넷회사 직원 최경희(36)씨는 "아이와 떨어져 있는게 서운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한국말과 문화도 배우게 하고 방학동안 아이맡기기에 따른 고충도 덜어 일석이조"라고 털어놨다.
이밖에 평소 교회에 나가지 않는 부모들도 방학이 되면 자녀들을 교회부설 성경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자영업을 하는 부모들 중에는 아예 업소 한편에 아이들이 공부하며 놀 수 있는 방을 따로 만들어 놓는 부모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자녀를 맡길 곳도 없고 경제사정도 넉넉치 못한 일부 한인 학부모들은 다급한 마음에 공공장소에 자녀들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방학이 시작된 뒤 타운내 공공도서관에는 아침에 자녀들을 내려놓은 뒤 폐관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데려가는 한인 부모들이 눈에 띄고 있으며 웨스트코비나에 거주하는 한 한인 여성은 자녀와 친구들로 보이는 4∼5명의 학생들을 LA 윌셔가에 있는 한 PC방에 내려놓고 일을 하러가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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