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미스테리나 스릴러물의 좋은 소재다.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이 이상 알려고 하면 다친다”는 암시에 무수히 부딪히게 되는, 모든 것을 의혹의 눈길로 투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시리즈로 양산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국가가 음모론의 빅 브라더로 영화계의 총애를 받고 있다. <컨스피러시> <펠리칸 브리프> <암살단> <코드네임 콘돌> 등의 픽션에서부터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배후에는 군산 복합체, 마피아와 결탁한 정부내 보수주의자의 음모가 있었다는 와 같은 논픽션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손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흡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경찰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특정집단의 음모도 빼놓을 수 없다. 어렵게 잡아넣은 범법자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와 다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비밀결사대를 조직한 법조인들의 음모를 그린 <이중함정>이 대표적인 예다.
비밀단체는 학교에까지 침투했다. 불량학생을 모범학생으로 개조시킨다며 생체 실험을 하는 학교의 음모를 그린 <크레들 베이>는 공포로 넘쳐난다.
이처럼 음모론은 기득권층, 인테리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선량한 보통 사람을 희생시킨다고 고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폭로는 보통 사람이 현실에서는 꿈꾸지도, 이룰 수도 없는 전복을 꾀한다는 점에서 자주 선택되는 것 같다.
롭 코헨 감독의 1999년 작 <스컬스 The Skulls>(12새, 베어)는 명문대학에 존재한다는 비밀단체의 이야기. 아이비 리그에는 미래 지도자의 양성을 목적으로 한 비밀모임이 있고, 역대 미국 대통령 중 3명은 바로 이 비밀단체의 출신이라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회원끼리 서로 밀어줘 정·재계 진입을 돕는데 그 중 가장 강력한 단체가 스컬스며, 스컬스는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화 <스컬스>는 비밀단체의 실상을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스컬스에 가입했다가 불의를 깨닫고 빠져나오려는 순진한 학생을 위험에 몰아넣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밀단체의 음모 운운은 소재에 그친다. 쇼킹한 아이템을 담았다고 선전하는 영화일수록 사회적 이슈를 업고 돈이나 벌자는 얄팍한 음모를 숨기려드는데 <스컬스>는 그 음모를 너무 쉽게 노출시킨다. 시간때우기용 스릴러로 전락한 점이 무척 아쉽다.
각종 아르바이트로도 학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걱정하는 루크(죠슈야 맥슨)에게 비밀단체 스컬스의 가입지령이 하달된다. 한밤중의 느닷없는 호출과 신고식을 마치고 돌아온 루크에게 절친한 친구 윌(힐 하퍼)은 “지난 3년간 특혜받는 비밀단체에 대해 함께 비판해왔으면서 어떻게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느냐”며 결별을 선언한다.
루크는 윌의 충고가 걸리긴 하지만 당장 거액의 돈이 통장에 들어오고 근사한 별장에서 미녀들과 즐길 수 있는 현실에 우쭐해 한다. 윌의 갑작스런 죽음은 스컬스에 대한 비밀취재 때문이라는 연인 클로이(레슬리 빕)의 귀띔에 놀라는 루크. 스컬스가 맺어준 파트너 캘럽(폴 워커)이 윌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크는 윌을 다그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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