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킬러들의 수다’와 ‘고양이를 부탁해’가 지난 25일 한꺼번에 첫 시사회를 가졌다. 다음날 둘째 주말에 함께 개봉할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색깔의 개성을 뽐냈다. ‘킬러들의 수다’는 네 남자의 이야기이고, ‘고양이를 부탁해’는 다섯 여자의 젊음을 그렸다. 이토록 대비되는 두 영화는 과연 어떤 내용, 수순일까.
킬러들의 수다
열심히 웃기다가도 5분 후면 시치미 뚝 떼고 다시 심각해진다. 마치 조울증 환자의 감정 기복처럼 ‘웃겼다 울렸다’ 정신이 없다. 하지만 단순하다. 관객들은 신현준 정재영 신하균 원빈의 4인조 킬러들만 잘 따라가면 된다.
이들은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의뢰인들의 일을 대신 해주는 청부 살인 업자들. 하지만 무섭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덕분인지 신하균과 원빈은 예전보다 더 귀엽게 보인다.
네 남자가 흠모하는 아침방송 아나운서가 신현준에게 사건 의뢰를 하고, 죽여야할 임산부에게 반해 신하균은 총구를 겨누지 못하는 등 영화 곳곳에 웃음과 페이소스의 지뢰가 묻혀있다. 세로로 2분할한 화면 구도를 가끔 선보이기도한다.
지하 주차장에서 총알이 날아가는 느린 화면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길을 끄는 볼거리는없다. 하지만 장진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는 더러 살아 있다. ‘킬러들의 수다’는 킬러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지만 ‘액션’ 보다 ‘수다’가 한층 돋보이는 영화다.
검정색 옷을 즐겨 입는 네 명의 킬러들이지만 그래서 고독하거나 비장하지 않다. 막내 킬러 원빈만 빼놓고는 모두 수다쟁이들이다. 과묵하던 신하균까지 입에 모터를 단 것처럼 말이 많아졌다. 신하균과 원빈은 마치 ‘허무개그’하는 두 사람처럼 대사를 주고 받는다.
장진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연출작 마다 등장하는 ‘화이’라는 여자 캐릭터도 어김없이 나오고, 장진 본인도 엔딩 신에 의뢰인으로 출연한다. 10월 12일 개봉.
김범석 기자 kbs@daolysports.co.kr
고양이를 부탁해 스무살 여자 5명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도 사회의 주류가 아닌 변방의 젊음들이라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마술피리, 정재은 감독)는 그들의 이야기를 자상하면서도 섬세한 눈길로 그리고 있다. 신세대 스타 배두나(22) 이요원(21)과 신예 옥지영(21) 이은주 이은실(이상 20)이 주연했다.감독까지 32세의 여감독 정재은이다.
’고양이를 부탁해’sms 스무살의 여상 졸업생 5명 이야기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맥반석 찜질방에서 일하는 배두나(태희 역), 이혼한 부모를 지긋지긋해하는 증권사 사환 이요원(헤주 역), 판자집에서 조부모와 사는, 일자리마저 잃은 옥지영(지영 역). 그리고 길거리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중국계 쌍둥이 자매 이은주(온조 역) 이은실(비류 역) 등이 주인공이다.
물론 제목에서처럼 고양이도 등장한다. 지영이 어느 날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오면서 고양이도 이들의 한 부분이 된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 다섯 명은 불투명한 미래에 숨막혀 하면서도 앞날을 헤쳐나가려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것이 가출이든, 탈출이든, 일탈이든 간에.
’고양이를 부탁해’에선 주연 배우 5명의 연기가 돋보인다. ‘일상적인 연기’를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연기하고 있다. 덕택에 아기자기한 상황은 섬세하게 살아난다. 툭툭 내뱉는 말이나, 상황에 따라 보여지는 몸짓이 무척 자연스럽고 예쁘다.
아쉬운 점은 파워가 없다는 것. 영화는 스무살 여자들의 일상을 과장없이 물 흘러가듯 그려내며 간간이 ‘예쁜 웃음’을 만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용하기만 하다. 굴곡이 너무 없다.
윤고은 기자 pretty@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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