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친다. 오는 6월 16일부터 방송하는 MBC TV 미니시리즈 20부작 ‘황태자의 첫사랑’(극본 김의찬 정진영, 연출 이관희)에서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차태현이 맡을 캐릭터를 벌써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거만한 표정과 말투로 주변 사람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만드는 게 주특기인 재벌2세 최권희. 여기에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음이 결부돼 ‘차태현’식 캐릭터로 완성된다.
바로 이 대목이 배우 차태현이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자 부담일 듯싶다. 제가 나이가 한정돼 있어 영화에서 많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가 없어요. 많은분들이 ‘너무 같은 역할만 해서 어떡하느냐’고 걱정 많이 하시는데 사실 제가 연기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이걸 평생을 해야 되는 거라서 굳이 막 바꾸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거 위주로 많이 (섭외가) 들어오다 보니까 할 수가 없었어요.
차태현은 그 변화의 열쇠는 시간에 있다고 스스로 믿었다. 어쨌든 제가 나중에 결혼을 하면 결혼한 그런 역할들을 하지 않겠어요. 또 그런 역할 무궁무진하잖아요. 뭐, 바람피는 역할에서부터 얼마나 많겠어요. 근데 내가 지금 그걸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차태현은 출연한 영화마다 기본 바탕은 같지만 조금씩은 다른 이미지를 연기해왔다면서 ‘황태자의 첫사랑’도 스크린에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황태자의 첫사랑’은 여느 드라마와 달리 극적 구성은 없다. 별 볼일 없는 김유빈(성유리)이 우연의 연속 속에서 재벌 2세 최권희(차태현)와 엘리트 임원 차승현(김남진)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판타지다.
이러한 판타지를 일본 삿포로, 인도네시아 발리, 태평양의 타히티 등 아름다운 휴양지의 리조트와 바닷가 장면 등과 버무려 휴가가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는 드라마다.
그런 탓에 이 드라마에서 차태현의 로맨틱 코믹 분위기, 성유리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 그리고 김남진의 우수에 찬 카리즈마는 절대 요소다.
성유리랑 연기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성유리 비중이 커요. 연기자 혼자 두 사람 사이에서 여기저기 계속 나오는 게 힘든 역인데 ‘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차태현은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일본의 한 잡지 기자가 일본 촬영은 어땠느냐고 물어보자 뼈있는 농담을 했다.
일본 언론들이 많이 있는데 바쁘게 찍다 보니까 약간 좀 창피하더라고요. 일본기자들한테, 그래서 내가 그 얘길 했어요. ‘일본에서도 이렇게 찍나?’ 당연히 그렇게 안 찍죠. 우리는 이렇게 찍는다. 우리는 이렇게 찍어도 당신들 좋아하는 드라마만든다. 우리는 진짜 연기자가 똑똑하든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쪽대본 받아가면서 찍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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