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사회가 성장하면서 각종 단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수백 개나 이름을 올린 단체 중에서 진지한 배움과 성찰, 민족정신의 보급과 함께 한인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단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본보는 각종 강좌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회원들은 물론 동포사회의 전문성 제고와 이민사회의 방향성 모색에 힘쓰는 단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매월 셋째 일요일 저녁, 한국일보 문화센터는 진지한 열기로 채워진다. 15명에서 많게는 30명. 공개강좌를 겸해 열리는 월례회에 참석한 흥사단의 ‘단우(團友)’들이 뿜어내는 기운이다.
이 무료 공개강좌는 흥사단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다. 1995년 창단과 함께 시작된 강좌는 벌써 160회를 앞두고 있다. 워싱턴 한인사회에서 이만큼의 연륜을 지닌 단일 강좌는 유례가 없다.
공개강좌는 매회 전문 강사를 초빙해 사회현안과 역사,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 동숭동에 소재한 흥사단 본부의 유서 깊은 금요강좌나 아카데미에 비견할 만하다.
전해종 총무는 “70-80년대 사회운동의 근거지였던 흥사단은 현재도 한국사회 현안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 토론회가 수시로 열린다”며 “워싱턴의 공개강좌는 이민사회 속에서 한인들이 가져야할 교양과 지식전달을 위해 마련돼 그동안 정체성 확립과 신지식 보급에 기여해왔다”고 말한다.
흥사단은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 선생이 민족의 자주 독립과 인물 양성, 인격 개조 등을 위해 1913년 5월1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민간단체.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의 4대 정신으로 인격을 수양하고 훈련에 힘써 각 분야에서 전문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가 되자는 게 흥사단의 정신이다.
워싱턴 흥사단은 1995년 9월 주정세 씨를 초대 회장으로 창단됐으며 현재 등록 회원은 80여명.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남녀 비율이 8:2가량 된다. 회원은 만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나 절차에 따라 일반 회원, 예비 단우, 통상 단우로 분류된다.
현재 조직은 회장 이용옥, 부회장 김영창(대외, DC), 황영희(재무, VA), 전해종(총무, MD), 감사 이천우, 훈련부장 김무일 씨 등이 맡고 있다.
그동안 흥사단은 공개강좌 외에도 봄가을 동맹 수련회를 통해 단우들 간 친목을 다지고 도산 전기나 화보집 등 도서 보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YKA 등산대 운영, 밝은 한인사회를 위한 ‘Let’s Smile’ 운동 포스터 제작 배포 등 대외적 활동도 폈다. 미국에서 활동한 역사적 인물의 뜻을 받들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사회단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사단은 이제 약간의 설명을 요하는 단체가 됐다. 1세들의 기억에선 점차 멀어지고 있고 2세들은 아예 “흥사단이 뭐예요?”라고 묻는다. ‘미래’는 100년 역사를 몇 년 앞둔 흥사단이 당면한 난제다. 다소 소극적인 운영방식과 폐쇄적인 가입 절차 등도 열린 단체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따라 흥사단은 2013년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미주 기념사업회를 구성하고 거듭 나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새로워진 흥사단, 글로벌 흥사단, 젊어지는 흥사단’은 그 변화의 모토다.
흥사단 예비단우이기도 한 노영찬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흥사단은 이념과 종교, 당파를 넘어 만날 수 있는 공통의 광장”이라며 “열린 조직으로의 변화, 젊은 지도자 양성 등을 통해 도산 선생의 정신을 이민사회에서 계승, 건강한 한인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문의 (301)980-7396, (703)919-8785
(443)224-8795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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