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 일꾼 구인난-마켓·구내식당 수요 늘어 레스토랑 개장 연기하기도
▶ 이탈 막기 다양한 방법-레서피·메뉴 업무 단순화 셰프가 서빙 팁수입 허용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주방에 요리사가 너무 많은 것은 재앙을 만드는 레서피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요리사가 부족하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현재 전국의 식당들은 주방 일손을 채우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주방 인력난이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방 일손 부족현상이 장기화 된다면 소비자들의 외식 경험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요식업 관련 컨설팅 업체인 AF&Co의 앤드류 프리만 사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장개업’하는 식당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요식업계는 주방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편두통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의 유명 채식요리 전문점 더트 캔디의 소유주 아만다 코헨은 “주방 일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면 보통 30~40개의 이력서가 쏟아져 들어오곤 했고, 심지어 빈자리가 없을 때에도 이력서를 들이미는 숙련된 취업 희망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언제부터인가 이력서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요즘은 아예 ‘가뭄’이 들었다.
코헨은 “처음에는 요리사들이 나와 함께 일하기를 싫어하는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쓸 만한 숙수들이 뉴욕을 등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뉴욕에 편중되었던 요리사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씨가 말랐다는 얘기다.
과거의 경우 요리사로서의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려면 이력서에 뉴욕시 혹은 LA에서 일한 경력이 한두 줄 들어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식당의 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주방 일꾼들은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생계비가 훨씬 저렴한데다 일자리가 지천으로 널린 ‘신흥시장’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했다.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 인력모집 대행사인 패트리스 & 어소시이츠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인 패트리스 라이스는 “광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 요식산업이 만성적인 일손 부족사태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 비해 자격을 갖춘 주방 인력 후보군은 늘어나지 않고 않은 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셈이다.
타업계에서 셰프들을 빼내 데려가는 것도 주방 일손 부족사태를 부채질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요즘은 셰프 전성시대다. ‘귀하신 몸’ 대접을 해가며 모셔가려는 곳이 워낙 많다보니 숙수들의 몸값이 쑥쑥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단 요식업체들뿐 아니라 식품과학 분야에서도 급여와 근무시간 측면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가며 셰프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로서리 마켓 역시 자체적인 음식코너를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숙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5성급 호텔식당 뺨치는 구내식당을 운영 중인 구글 등 대형 하이텍 업체들도 숙련된 주방일손을 찾고 있다.
키친 인력을 빼앗으려는 외부의 공격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수세에 몰린 요식업소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숙수를 지키는데 공을 들이는 한편 레서피와 메뉴를 단순화해 주방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애플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비는 쿡을 모집하고 주방 일손의 이탈을 막는데 애를 먹었다.
문제해결에 나선 애플비의 최고경영자 캐미 스필야즈-셰퍼는 “복잡한 주방업무를 줄이고 메뉴를 간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혁신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메뉴가 다소 거추장스럽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이는 주방의 일손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방의 효율성을 높이면 주방에서 일할 후보들의 인력풀을 확대할 수 있다.
프리만에 따르면 일부 식당들은 스태프 숫자를 덜기 위해 점심식사 서비스를 교체하고 있다. 점심에는 숙련된 요리솜씨를 요구하지 않는 간이식을 제공하되 저녁에 ‘에이스’들을 집중적으로 풀어 비장의 요리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아무래도 외식을 할 때에는 점식보다 저녁식사를 거하게 하는 소비자들의 일반적 습성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다.
한편 요리사 인력난으로 개장을 연기하는 업소들도 적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키스톤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여름 개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직원 채용이 예상과 달리 순조롭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주방의 재간꾼을 찾기가 유난히 어려웠다.
결국 키스톤은 예정일을 2주나 지난 후에 간신히 문을 열었다.
키스톤의 총지배인 아릭 산도발은 “자격을 갖춘 요리사 후보를 찾는 것도 힘들지만 업소들 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고 털어놓았다.
식당을 오픈한지 이미 5개월이 지났지만 산도발은 아직도 숙련 요리사를 찾고 있다. 좋은 셰프를 구하기 위해 상시모집 체제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헌팅에 나서고는 있으나 맞춤한 인재를 낚아 올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절감한다.
요리사 부족사태로 인해 레스토랑 오너들은 새로운 인재를 끌어오려는 노력과 함께 ‘내 식구 지키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주방 인재 확보만큼이나 기존 인력 유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을 붙들어 두는 최상의 방법으로 임금인상 만한 것도 없다.
숙련된 인력을 빼가려는 쪽과 지키는 쪽의 승부는 결국 임금경쟁을 통해 판가름 난다.
임금 노동자는 직종에 상관없이 급여와 근로조건이 좋은 쪽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일방적으로 주방일꾼들의 급여는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에 비해 적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팁을 없애는 요식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코헨은 식당의 ‘안쪽’과 ‘바깥쪽’의 급여 차이는 불합리하다고 잘라 말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종업원이건 홀에서 서브하는 웨이트 스태프이건 모두 식당 직원이긴 마찬가지인데 소득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코헨은 업소 차원에서 팁 제도를 없애는 대신 음식가격의 20%에 해당하는 행정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주방 일꾼들의 시간당 임금을 최소한 15달러로 올려놓았다.
스태프를 소수정예로 구성해 인력난 사태를 ‘정면돌파’하려는 업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태프를 최소화하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업원들의 임금도 올려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페티트 크렌은 주방 종업원들이 직접 홀로 나와 서빙까지 담당한다.
이 식당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하는 코트니 휴미스톤은 “음식을 내놓은 후 손님들로부터 피드백을 듣는 것이 셰프에게는 큰 보상이 된다”며 주방 인력이 홀 서비스까지 담당하는 이색적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요리사로부터 자신이 주문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도 고객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간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패밀리-스타일의 현대식 프렌치 레스토랑인 페티트 크렌은 지정된 서버를 없애는 ‘묘책’으로 주방 일꾼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도록 지원하는데 성공했다.
프리만은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솜씨 좋은 주방 인재를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요식업체가 살아남느냐 도태하느냐는 거의 대부분 주방에서 결정된다.
식당의 등급을 가르는 최대 기준은 역시 음식 맛이다. 실내장식이 제아무리 호화스러워도 음식이 빈약하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주방이 강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돌아가는 키친을 유지하려면 주방 일꾼들에게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주방의 일손 부족사태가 심각한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프리만은 “식당의 평준화 추세가 대세라면 결국 재주 있는 주방 일꾼들에게 최고의 급여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업소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