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스 스터디 주택(하)
▶ 일반인들이 모던 건축을 친숙하게 느끼게 도왔고, LA 건축의 위상을 높여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케이스 스터디 주택’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적용해야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케이스 스터디 주택’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적용해야](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5/18/20160518111258571.jpg)
케이스 스터디 주택 22호의 대문을 지나 거실 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거실 밑으로는 절벽이고 거실 너머로 로스앤젤레스 도심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장 유명한 케이스 스터디 주택은 누가 뭐라 해도 코니히(Pierre Koenig)가 설계한 22호 주택이다. 당시 건축주가 벅 스탈로 스탈(Stahl) 주택이라고도 불린다. 2000년 즈음 한국의 부엌가구 회사의 TV 광고를 이집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다.
1960년대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의 신인이었던 코니히는 헐리웃 산중턱의 전망 좋은 경사지에 철골로모던 주택을 지었다. 이 주택 하나로 전 세계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산마루에 집짓는 것이 금기시되다시피 했지만 서양에서는 전망 좋은 언덕에 집짓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이다. 문화의 차이다. 집의 북쪽으로는 헐리웃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망이 아주일품이다.
건축주 스탈은 이 아름다운 전경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건축가 코니히를 만나면서 안을 다듬고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해 낸 결과가 길과 나란하게 한국의 행랑채 마냥 일자로 건물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 건물 가장 끝에는 부엌을 마련하고 여기서 남쪽으로 거실을 뽑아내었다. 대지가 남쪽으로내려가는 경사지여서 거실은 하늘에 떠있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침실이 진입로에 붙어 있어서 프라이버시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길 쪽으로는 온통 벽으로 둘러서 이를 완화시켰다. 거실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땅에 붙어 있게 하고 거실은 부엌에서 앞으로 내밀어 정말 웬만한 전망대 부럽지 않은 전경을품게 만들었다. 건축 사진작가 줄리우스 슐만이 이 집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예술이다. 구글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케이스 스터디 주택 시리즈는 모던건축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실상은 수십 년이 지나도 주택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건축가의 유명세 덕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궁극적인 목표에 실패하긴 했어도 이 덕에 일반인들이 모던 건축에 대해 보다 친숙하게 느끼도록 도왔고로스앤젤레스 건축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쉰들러와 노이트라의 건축 이후 다시 한번 로스앤젤레스가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케이스 스터디 주택의 시도는 후에 다른 형태로 변형 발전하였다. 아이클러(Joseph Eichler)라는 건축 개발업자는 이 개념을 하나의 단독주택이 아닌 수 십 채의 주택단지로 발전시켰다. 그는 획일화된 박공지붕 주택으로 가득한 주택단지 개발에 싫증이 났다. 대신 케이스 스터디 주택으로 유명한 건축가를 고용하여 몇 가지 세련된 유형으로 단지를 채웠다.
아이클러 주택이라고 불리는 이 주택단지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수십년이 지났지만 다른 일반 주택단지의경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어릴 때 아이클러 스타일의 주택에서 살았던것이 자신이 애플컴퓨터를 개발하는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케이스 스터디 주택 아이디어가 영국에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이다. 위키하우스(WikiHouse)라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인터넷과 CNC 선반을 이용하여 저렴하게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이다. 도면은 위키하우스가 무료로 공급하고 전세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자재를 만들어내서 조립하면 되는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 주택에서도 표준화된 자재를 추구했지만 사회의 인프라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모든 자재가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결국 공사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은 선례가 되었지만 이번 위키하우스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위키하우스의 도면은 스케치업이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손쉽게 변경 가능하고 완성된 도면은인근 공장의 CNC 선반을 통해 적당한 크기로 재단되어 나온다. 각 자재는 최소한의 못을 사용하고 대신 쐐기 방식을 이용하여 연결한다. 한국의 전통건축 구축 방법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모든 과정이 조립식 가구처럼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어른 2명이서 하루에 건물을 뚝딱 지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은 개발된 주택 규모가 작아서 일반 주거용으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현재는 지구 곳곳의 재난 지역에 임시 주택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계획에 동참해서 개발하면 아마도 조만간 일반 주택에서도 이 방식이 많이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조립식주택이 상용화가 많이 진전되어서 어느 곳에서보다 빨리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국이나 미국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한국 사람들에 알맞은 표준화된 주택 도면을 개발할 시점으로 보인다.
케이스 스터디 주택의 아이디어는 50여 년 전에 멈춘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또 다른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커다란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가 김태식>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케이스 스터디 주택 22호 주소. 1635Woods Drive, Los Angeles, CA 90069
<
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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