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저편 근로자들 의식하는 소비자들 늘고 있어
▶ 바른 농법과 근로조건 관심 갖던 뉴저지 부부, 직접 창업해 인도 농부와 근로자들 삶 개선
볼 & 브랜치의 침구류. 유기농 목화, 공장 근로자들의 좋은 근무조건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고급 시트들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판매된다.
뉴저지, 서밋에 사는 스캇과 미시 태넨 부부는 몇 년 전 집수리를 하고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품을 좀 팔아야 될 것 같은 일을 시작했다. 새로 장만한 킹사이즈 침대에 맞는 시트를 고르는 것이었다. 몰에 가서 시트를 찾던 중 미시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이 시트들은 어디서 만든 걸까? 목화 재배 농부들은 돈을 좀 벌었을까? 공장 근로자들은 대우를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이런 의문이 이들 부부에게 전혀 뜻밖의 일을 하게 만들었다. 침구류 판매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미시가 블루밍데일 백화점이나 베드 배스 & 비욘드(Bed Bath & Beyond) 같은 데 가서 직원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판매직원들은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그리고 거의 5년이 지난 지금, 탠넨 부부는 고급 침구류 회사 창업자가 되어 있다. 궁금해 하던 답을 찾아가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길에 다다른 것이었다. 부부가 3년 전 동업자로 만든 회사 볼 & 브랜치(Boll & Branch)의 올해 매출은 4,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를 만들면서 부부가 중점을 둔 것은 목화를 재배하고 제품을 만드는 인도의 농부와 공장 노동자들의 생계가 나아질 수 있도록 건강한 공급체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안경 제조사인 와비 파커(Warby Parker), 매트레스 제조사인 캐스퍼(Casper) 같은 회사들처럼 모든 판매눈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하고 있다.
스캇 태넨(38)은 과거 비디오 게임회사를 창업했고 크래프트와 리글리에서 마케팅 담당으로일했었다. 리사(39)는 3학년 선생을 하다가 자녀양육을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런데 시트의 출처를 생각하다 보니 이들이 침구류 사업가로 과감한 변신을 하고 말았다.
2013년 부부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스캇이 비디오 게임 회사를 팔아서 얻은 수익으로 볼 & 브랜치를 창업하기로 했다. 유기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하고 노동자들을 잘 대우하면서 최고급 시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테넨 부부는 먼저 수천달러를 들여 갖가지 시트를 사서 각기 다른 직조법을 검토해보았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목화업계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했다. 알아갈수록 업계의 현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도는 가장 규모가 큰 목화 재배국이자 의류제조 국가 중 하나이다. 이곳 농부들은 대부분 유전자 변형 목화에 의존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목화씨를 심고 농약을 쓰면 수확량은 늘지 모르지만 그만큼 경비가 늘어나서 농부들에게 남는 돈은 더 줄어든다.
공장 사정도 다르지 않다. 네덜란드의 비영리기구인 다국적 기업 연구 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그리고 네덜란드 인도 위원회에 의하면 강압적 노동, 어린이 노동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은 인도 의류공장들 대부분의 현실이다.
탠넨 부부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필요한 것은 유기농 목화를 조달해줄 믿을만한 곳을 찾는 것이었다. 전통적 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하면 비용이 더 들어갈 뿐 아니라, 농약 때문에 목화밭 일꾼들의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부부는 체트나 오개닉이란 단체를 찾아냈다. 인도 중부와 남부에서 목화 재배 농부들과 함께 일하는 비영리 기구이다. 체트나 회원들은 유전자 변형 씨앗이나 농약을 쓰지 않고 목화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기존의 농부들 보다 물을 훨씬 덜 쓴다. 체트나는 공정무역 USA, 범 지구 유기농 직물 기준 그리고 국제 공정무역 등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규정이 준수되도록 내부 통제 엄격하게 하고 있다.
이어 부부는 인도, 콜카타에 있는 유기농 및 공정무역 인증 방직공장인 라즈락쉬미 목화공장을 선택했다. 체트나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공장이다.
유기농 목화와 공정 무역 노동력을 쓰면 경비가 배로 들어가리라는 추산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미국에서 유기농 시트의 대한 수요는 그렇게 높지가 않았다. 하지만 부부는 그렇게 밀고 나가기로 작정했다.
볼 & 브랜치는 덕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프라나(Prana)에서 지속가능성 담당 디렉터로 일했고, 또 다른 의류 회사인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사회적 책무 담당 매니저로 일했던 니콜 바세트는 말한다.
“요즘 새로운 브랜드들이 매일 나옵니다. 하지만 탠넨 부부는 사업을 좀 더 바르게 할 방법을 모색했지요. 프라나에서는 공급 체인으로 바꾸는 데 여러 해가 걸렸지만 텐넨은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2013년 5월 탠넨 부부는 첫 주문을 했다. 아이보리색과 흰색 시트 1,500 세트였다. 볼 & 브랜치는 첫 물품을 2014년 1월에 판매했다. 그리고는 계속 번창일로이다. 그해 매출 170만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350만 달러로 뛰어 올랐고 올해는 그 3배가 될 전망이다.
체트나에게 볼 & 브랜치는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선물이다. 과거 유기농 목화에 대한 수요는 어쩌다 한번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볼 & 브랜치는 체트나 소속 1만5,000 농부들이 생산하는 유기농 목화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의 연 생산량은 올해 1,200톤 정도이다. 그리고 볼 & 브랜치느느 계속 목화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체트나 농부들에게 현금을 선불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농부들의 재정적 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볼 & 브랜치에 납품하는 인도 공장 근로자들. 볼 & 브랜치의 시트와 타월 등 판매량은 올해 4,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재료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신 볼 & 브랜치는 이윤을 높일 다른 방법을 찾았다. 소매업체들에 도매가로 파는 대신 온라인 광고를 하면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이다.
볼 & 브랜치 혼자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인도 농부들의 역경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도매업체들과 비교하면 이 회사 매출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하지만 시트, 타월 그리고 옷까지도 유기농이자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스캇은 말한다. 소비자들 일부에서 의식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상품 저 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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