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 신인으로 단 6번째 ‘20SV-100K’ 눈앞
▶ 시즌 80이닝 채우면 역대 단 3번째 진기록
오승환은 사타구니 근육 부상에서 돌아온 뒤 이틀 연속 등판, 3이닝을 던지며 1승-1세이브를 보태 카디널스가 플레이오프 희망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 18일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4연전 시리즈 최종전 경기를 앞두고 클로저 오승환에게 이날도 등판이 가능한 지를 물었다. 오승환이 바로 전날 3차전에서 2이닝을 던지며 시즌 5승째를 따냈기에 이날 그의 몸 상태와 함께 등판 가능여부를 물어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영어로 “Today is a great day to pitch”(오늘은 던지기 좋은 날)라고 답했다고 한다. 확실한 답변을 들은 매시니 감독은 이날 3-0으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오승환을 호출했고 그는 삼진 1개를 곁들인 퍼펙트 투구로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18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실 오승환은 전날 경기에 나서기 전까지 일주일동안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일주일 정도 결장한 뒤였다. 그렇기에 카디널스는 전날 오승환이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는데 오승환은 그날 2이닝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됨과 동시에 경기 마무리까지 해냈다.
이어 시리즈 최종전에선 세이브를 기록하며 카디널스가 자이언츠와의 4연전 시리즈에서 2패 뒤 2승을 거두고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2위 자이언츠에 1게임차로 육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사실 오승환(34)이 없었다면, 올해 카디널스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이지만, 시즌 막판까지 위력적인 구위를 유지하며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자주, 많이, 그리고 오래 던져도 구위를 유지하는 능력과 불펜에 믿을만한 선수가 없는 팀 사정까지 더해 오승환은 쉴 새 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현재 오승환은 72경기에 등판해 75⅓이닝을 소화했고, 5승2패 14홀드 18세이브 98탈삼진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 중이다. 18세이브는 올해 루키 중 단연 1위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등판 경기수 공동 5위에 오를 정도로 자주 등판하고 있으며, 그러한 가운데 1점대 평균자책점과 WHIP(이닝당 안타+볼넷) 0.89를 유지해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우뚝 섰다.
오승환의 현재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뒤져봐도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하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신인 투수 가운데 20세이브와 1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01년 이후 단 5명뿐이다.
가장 최근에 이를 달성한 건 크렉 킴브럴(보스턴 레드삭스)로, 지난 201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46세이브와 삼진 127개를 기록했다. 그해 킴브럴은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오승환은 현재 시즌 20세이브에 2개, 100탈삼진도 역시 2개만을 남겨뒀다. 카디널스는 현재 정규시즌 13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현재 페이스라면 무난히 20세이브-100탈삼진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루키 구원투수가 시즌 100탈삼진을 넘긴 것은 오승환에게 클로저 자리를 내준 트레버 로젠탈이 지난 2013년 108개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1978년 마크 리텔(120개)과 로젠탈에 이어 이미 메이저리그 사상 3번째로 많은 삼진을 잡아낸 루키 구원투수다. 남은 기간 동안 삼진 10개이상을 보탠다면 2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여기에 보태 오승환이 앞으로 4⅔이닝을 더 던져 시즌 80이닝을 채우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세 번째로 신인으로 ‘20세이브·100탈삼진·80이닝’ 투수가 된다. 해당 기록을 마지막으로 달성한 건 44년 전인 1972년 테리 포스터(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시즌 29세이브와 104탈삼진, 100이닝을 기록했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임을 고려하면,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너무 자주 등판하는 오승환을 두고 ‘혹사’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매시니 감독은 지난 주 오승환이 사타구니 근육부상을 입었을 때 더 빠른 복귀도 가능했으나 안전하게 하기 위해 이틀을 더 쉬게 한 뒤 내보냈고 18일에도 메디컬 스태프가 계속 오승환을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승환은 대부분 선수들과 다른 선수 중 하나”라면서 “그는 훨씬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서왔고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 또는 정말로 솔직하다”면서 오승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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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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