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온순하고 음란하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듭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 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제자 다니야의 말을 들은 스승은 대답한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한다. 오랜 수양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석가모니 초기 설법에 등장하는 스토리다.
비야 내려라! 내 마음은 자유로다!를 외치기까지, 사람은 몇 살쯤에나 후회 없는 성숙을 이룰까? 에릭슨은 인생의 사회심리 갈등을 8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나이별로 한살 때는 엄마라는 주 양육자가 제때 우유를 주면 좋은 엄마, 기저귀가 젖었는데도 몰라주면 나쁜 엄마라는 식의 신뢰 대 불신, 두세 살에는 배변훈련을 거치며 수치심과 의심, 너덧 살에는 주도성과 죄책감, 초등 시절에는 근면함과 열등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정체성 확립 대 정체성 혼란, 20-35세에는 친밀감 대 소외를 경험하며, 35-60세 성인기는 생산성 대 침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드디어 60세 이후 노인기의 갈등은 통합 대 절망 사이에서 나이 듦의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 부모세대의 초장수 시대를 목격한 소장파 학자들은 에릭슨의 60세 노년 이후에 새로운 주기를 하나 덧붙인다. 사회학자 톤스탐이 이름 지은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이 그것이다.
노년 초월은?75세 이후, 일부의 고령자가 달성하는 단계로, 흔히 말하는 성공적인 노화 이상의 실천적 메타 지식이다. 이들은 젊은 시절 내내 집착해온, 더 벌어서 더 높아지는 성공과 명예의 가치를 넘어선다, 내 자식, 내 식구 우선의 이기적 관심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한 이타적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인생을 총결산하는 시야도 넓어진다. 좋고 나쁨의 차이, 옳고 그름의 구별에 마음 졸였던 시간의 그물에서 해방된다.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라는 황홀한 신비감에 온 몸이 떨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우주적 의식을 얻게 된다.
UN 규정은 새로이 18-65세를 청년으로 분류한다. 66-79세는 중년이다. 8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노인이고, 100세를 넘으면 드디어 장수 노인(Long-lived Elderly)이 된다. UN 기준으로 미 대통령 당선자의 나이는 11월로 78세, 아직 중년이다. 이 분이 인생발달 9단계인 ‘노년 초월’을 성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주변에는 교파를 초월한 10여명의 종교지도자를 조언자로 둘 것이라는 게 ‘종교 뉴스’와 가디언지의 보도이다. 이타적 가치관을 통한 영혼의 평안이 대통령직 수행에 어떻게 투영될는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애들이 날더러 꼰대라네. 마음만은 청춘이야!”라면 다음 항목을 살펴보자.
1. TV에 나오는 아이돌은 다 똑같이 생겨서 구별이 안 된다 2. 자식들이 태블릿이나 첨단 블루투스 기기를 사줄까봐 은근히 걱정된다 3. 손가락이나 목 마디가 뻣뻣하며 뚜두둑 소리가 난다 4. 나도 모르게 소파에 앉아 졸고 있다 5. 몸을 일으킬 때 절로 애구구 신음소리가 난다 6. 젊은애들 대화에 끼고 싶은데 도무지 뭔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7. 시끄러운 식당이 싫다 8. 날 봐주는 의사나 교통경찰이 젊어 보인다.
4개 이상 항목에 예스라면 숨길 수 없는 꼰대 DNA다. 애들이 풀풀 비웃는 아재 개그는 이제 그만. 대신 비야, 뿌려라! 가을아, 갈테면 가라! 미련 없는 우주적 시각으로 ‘노년 초월’에 집중하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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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김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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