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 문책’ 아닌 ‘충성 의심’ 측면… ‘밀리지 않겠다’ 방침에 일단 유임
▶ 워싱턴 주류 정치권과 트럼프 충성파 간 신경전도 작용한 듯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그널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겉으로는 감쌌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경질 여부를 깊이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그널 게이트 촉발 이후 왈츠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주변에 "그를 경질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저녁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세르지오 고르 백악관 인사국장,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 측근들과 회의를 열고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취를 논의했다고 한다.
27일에는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옹호하고, 26일에는 집무실 기자회견에서 이번 논란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공개적으로 내놓은 발언들과 달리 막후에서는 그를 퇴출시킬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던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은 군사작전을 논의하는 채팅방에 언론인을 초대한 실수에 대한 문책보다는 충성심에 대한 의심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싫어하는 '워싱턴 주류 언론인'인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뒤에서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초기부터 고위직을 경질하는 것이 1기 행정부 때 겪었던 혼란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결국 왈츠를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언론의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는 특유의 고집도 작용했다.
NYT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며 그가 행정부 인사들에게 요구하는 '충성심의 한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골수 충성파들을 제외하면, 고위직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기존의 워싱턴 정치 문법에 따라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인사들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으나 이제는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존 볼턴은 "워싱턴에서 10년, 15년을 보낸 사람들은 다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주류 정치인과 트럼프 충성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눈여겨볼 지점이기도 하다.
충성파 측근들 사이에는 시그널 게이트 이전에도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란 문제를 논의할 때 그는 밴스 부통령이나 와일스 비서실장 등과 반대 입장을 표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 스티브 배넌과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신인 왈츠의 성향이 네오콘(신보수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 등 젊은 세대 공화당원들은 국제사회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주장하는 네오콘에 불만을 품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28일 그린란드를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더 협조적으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고 고위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나 마녀사냥 때문에 누군가를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유임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취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도 "나 말고는 아무도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다"며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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