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486’에서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 번 웃고 여섯 번의 키스를 해줘"라고 애교를 부리던 풋풋한 소녀가 훌쩍 자랐다. 2004년 데뷔, 10년의 세월을 가요계에서 보낸 윤하(25)가 담담한 목소리로 자작곡 `홈’을 부른다. “매일 치열하게 살아/ 올라서려 했던 곳/ 그곳엔 내가 없었지/ 돌아가기엔 참 멀고/ 다시 걷긴 아득해/ 한참을 멈춰있던 날/ 불안함 가득한 뒤척임/ 쉴 곳이 없던 나의 집/ 버티고 버텨낸 시간들,"(Home)
“일만을 위해서 달려온 시간이었어요. 주된 목적이 일이었는데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까 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건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목표만을 위해 가는 게 누굴 위한 걸까’하는 생각, 지금까지 이룬 게 부질없는 건 아니지만,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느꼈죠."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매일 에세이 20~30쪽을 읽는 느낌"이라는 라디오 진행도 힘이 됐다.“지난 1년은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윤하’라는 가수가 어떤 위치에 있는 가수인지 많이 생각해봤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이 뭔지 생각하게 됐죠. 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어렴풋이 들어요.
"윤하가 미니앨범 `서브소닉(Subsonic)’을 내놨다. 지난해 7월 발매한 `슈퍼소닉’, 올해 5월 `저스트 리슨(Just Listen)’을 잇는 음반이다.“초음속이라는 말이 멋있어서 시작했던 시리즈의 3부작의 마지막 장입니다. 서브소닉은 음속보다 느리다는 뜻이에요. 이제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컬래버레이션 성격의 미니앨범 `저스트 리슨’에서 윤도현·하림·나얼·스컬 등과 불꽃 튀는 작업을 했다면, `서브소닉’은 호흡을 오래 맞춰 온 프로듀싱 팀과 함께 편하게 만들었다. `홈’ `시간을 믿었어’ 등을 작사·작곡, 수록해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도 발휘했다.“저는 어려운 사고방식의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이런 점이 대중음악 하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하죠. 많은 분이 사랑하는 노래를 들으면 저도 너무 좋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듣기에 좋은 음악이 많은 분도 좋아할 거라고 확신하기 수월하죠."
막연하게 단독 대기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도 10년이다. 윤하는 최근 단독 대기실에서 본인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는 후배 가수를 만났다. “돌아보면 긴 세월이지만 짧게 느껴져요. `나로 인해 여러 에피소드가 남들에게도 일어났구나’라는 게 신기해요. 팬들도 군대를 다녀와서 이제는 여자친구와 같이 공연에 오더라고요. 뿌듯하죠." 10년 전 꿈꾸던 모습에서 70%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걷긴 아득한’ 길을 걸을 생각이다. “세상 모든 일 중에서 음악하는 일이 가장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중간중간 휴게소가 있다고 생각하고 가려고요. 그러면 힘이 나지 않을까요?"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곧 `휴게소’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27,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파티 `스물여섯 그리고’를 펼친다.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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