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북한군에 잡혀 5개월여간 억류됐다 극적으로 풀려난 유나 리, 로라 링 두 기자가 1일자 LA타임스 기고란을 통해 체포 당시 정황 등 북한 억류 경위를 처음으로 밝혔다. 기고문에서 두 여기자는 탈북자 문제 취재를 위해 가이드를 따라 북한 땅에 접근해 불과 1분 남짓 머물렀을 뿐이며, 체포 당시는 분명히 중국 쪽에 있었으나 북한군에 강제로 끌려갔었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에 잡힌 뒤 취재노트를 찢어 삼키는 등 취재원의 신원을 보호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기고 전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북한땅 밟은 건 단 1분
되돌아서 뛰어가는데
총든 군인들에 붙잡혀
3월17일 새벽 5시 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가르는 얼어붙은 강에 도착했다. 탈북자들이 사용해 온 루트와 탈북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외국 기자들을 도운 경험이 있는 조선족 가이드의 안내로 두만강 국경에 간 것이다.
국경을 표시하는 어떤 표시나 울타리, 철조망도 없었다. 처음에는 중국쪽 영토를 떠날 의도가 없었지만, 가이드가 강의 중간 부분을 넘어 따라오라고 했을 때 이에 응했고 결국 북한쪽 강기슭에 다다랐다.
가이드가 탈북자들이 이용하는 안가가 있는 마을쪽을 가리켰지만 우리는 불안감을 느껴 곧 중국쪽으로 다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강의 중간쯤에서 고함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소총을 든 북한 군인 2명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뛰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잡혔을 때는 분명히 중국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프로듀서와 가이드는 도망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빨리 뛸 수 없었다. 우리는 잡목들과 땅바닥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고 매달려 버티려 했지만 군인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들은 얼어붙은 강을 넘어 우리를 난폭하게 끌고 간 뒤 인근 군부대에 데려가 감금했다. 이후 140일 동안 우리는 평양으로 옮겨져 서로 격리된 채 반복적인 조사를 받았고 결국 재판에 회부돼 12년의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우리가 이 취재에 나선 동기는 여러 가지였다. 그 무엇보다도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이라고 믿고 있었고 유나의 경우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탈북자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북한으로 다시 끌려갈까 불안에 떠는 중국내 탈북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우리가 북한 땅에 머문 시간은 1분을 채 넘지 않았지만, 이는 매우 후회되는 1분이었다. 우리가 함정에 빠진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이드가 마지막 순간에 출발 장소를 바꾸고 중국 공안의 외투를 입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었다. 그러나 그를 따라가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였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북한에 억류된 어두운 기억들로 이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붙잡힌 후 취재를 도와준 사람들과 인터뷰한 탈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 평양으로 압송되기 전 잠깐 소지품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밖에서 지키는 군인들 몰래 취재노트를 찢어 삼키거나 비디오테이프를 훼손하기도 했다.
우리는 ‘적대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우리가 한 적대적 행위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북한내 억압과 절망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을 뿐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겪은 고난에 대해 물어오지만 우리의 경험은 북한 주민들이나 탈북자들에 비하면 초라한 것이다. 우리는 탈북자들이 겪는 고초와 이들을 돕는 지원 그룹들의 노력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에 억류됐다 5개월여만에 풀려난 유나 리(왼쪽), 로라 링 기자가 가족들과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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