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성파로 장관·FBI국장 채운 법무부서 정적에 대한 경고에 방점

연방 법무부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을 기소했던 연방 법무부를 찾은 자리에서 정부 안팎의 반대 세력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 법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1시간여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정부에서 불량 행위자와 부패 세력을 추방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지독한 범죄와 전례 없는 심각한 위법 행위를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 내 일군의 급진세력들은 수세대에 걸쳐 구축한 신뢰와 선의를 말살했고, 미국인의 의지를 시험하고 방해하기 위해 우리의 정보 및 법 집행 기관들의 광대한 권한을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종료 후 기밀자료 반출 건 수사와 관련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 수색한 일 등을 거론하면서 "그들(바이든 정부 당시 법무부와 FBI 요인들)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권한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메릭 갈런드 전 법무장관 등을 실명으로 비난했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몇몇 언론사를 거명하면서 그 매체들의 보도에 대해 "불법(illegal)"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직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적인 미군 철수 등은 자신이 집권을 이어갔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을 "조작되고, 부패한 선거"로 거듭 규정한 뒤 관여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 논의를 위해 최근 미국-러시아 사이에 이뤄진 소통에 대해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일부 매우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소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법무부를 찾은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의 마지막 근무일에 방문한 이후 10년 만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미국에서 법무부는 연방 범죄에 대한 형사기소를 담당하는 연방 검사들과 최고 수사기관인 FBI를 지휘·감독하는 조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시되기에 역대 대통령이 기념식 등 계기가 없는 한 방문을 자제해온 것이 전통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실패로 2021년 1월 퇴임한 후 와신상담할 때 자신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혐의로 두차례 기소한 법무부에서 고도로 '정치적인' 연설을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불법 이민, 마약 단속 등과 관련한 법 집행 의지를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정적들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정치 집회'를 방불케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에 충성하는 인물군에서 발탁한 팸 본디 법무장관과 그의 지휘를 받는 캐시 파텔 FBI 국장이 자리한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수사 지침'을 하달하는 모양새로도 비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작년 대선 선거전 과정에서 유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 퇴장곡으로 쓰였던 'YMCA송'이 흘러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음악에 맞춰 주먹을 앞으로 뻗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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